[시네스타] '첫눈' 이준기 "쉬는시간이 오히려 괴로워"
이준기(25)에게 ‘톱스타’라는 말은 어색했다. 이제 막 새로운 작품에 캐스팅돼 모든 것이 신기한 신인배우처럼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필모그래피를 설명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다 토해내고 싶었던 모양인지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냈다.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신비주의로 포장해 가치를 높이려는 몇몇 신세대 스타들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왕의 남자’에서 ‘공길’역으로 시선을 한몸에 받은 뒤에도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준기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변화요? 분명 이전과 많이 달라졌죠.”

인터뷰 방식부터 달라졌다. ‘왕의 남자’ 개봉 초기만 해도 이준기는 기자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했지만. 이제는 그럴 여유와 시간이 없다. 이준기는 정해진 한 장소에서 하루에 수십 개의 언론 매체와 인터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단 5분의 쉬는 시간도 없이 취재진과 얘기하는 게 힘들 법도 한데. 오히려 “괜찮아요. 이제는 말을 할 때도 됐고. 재미있잖아요?”라고 웃으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들이 달라진 거죠. 환경 자체가 많이 달리진 것은 부인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에 도취하고 싶지 않았어요. 쉬지 않는 것도 제 나름의 방법이죠”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지난 2년여 동안 그는 마라토너처럼 쉼 없이 달려왔으며 아직도 달리는 중이다. 그는 젊은 패기로 소신 있게 밀고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한 작품으로 떴다고 차기작을 고르느라 길게 쉬는 것은 대형 스타들이나 하는 것이지요. 저는 아직 해야 할 게 더 많아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느끼고 소화 해야 할 입장이죠. 연기영역을 넓히고 싶은 욕심도 있고… 나름대로 일 년 농사 계획을 세웠어요. 그래선지 쉬는 시간이 오히려 괴로운 걸요.(웃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셨을 걸요.”

꾸밈없는 성격답게 표현도 직설적이다. 이준기와 인터뷰는 다음 달 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첫눈’ 때문이었다. 일본 청춘스타 미야자키 아오이와 함께 주연을 맡았고. 데뷔이후 첫 멜로연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 만했다. 촬영 중 에피소드나 맡은 배역에 대한 궁금도 있었지만.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등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이준기는 “어떻게 지냈느냐고요? 궁금해 하시는 팬들이 많을 거에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짤막하게 소개하면 ‘첫눈’은 제게 휴식 같은 작품이었어요.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난 도피라고 해야 할까요? 촬영지인 일본의 교토가 한적해서 좋았고. 지극히 제한적이었던 제 삶에 여유를 가져다준 새로운 환경이었지요”라고 말했다.

◇‘왕의 남자’ 그리고 ‘플라이 대디’와 ‘화려한 휴가’

한 편의 영화로 ‘1000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준기는 지난 시간을 “타이틀을 벗어버리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왕의 남자’ 이후 쏟아진 많은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그로 인해 ‘반짝 스타’로 치부되는 것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이어진 영화 ‘플라이 대디’의 흥행 실패에 대해서도 “이문식 선배와 함께하는 작품이어서 정말 만족했다. 당시 ‘괴물’이 많은 상영관에 걸렸고. 영화에 대한 편식이 심했던 시기였다. 후회도 없고. 개인적으로 슬럼프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나름대로 인지도를 갖고 있는 그가 ‘화려한 휴가’를 선택했던 것에도 이유가 있었다.

“시나리오가 쏟아졌었어요. 그중에서 ‘화려한 휴가’를 만났죠. 우선 시나리오가 한번에 술술 읽혔고. 안성기 등 대선배들과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어요. 주위에서는 ‘주인공도 아닌데 네가 그것을 왜 하느냐?”라며 반대도 심했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영화가 잘 되고 나서 ‘그때 선택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웃기죠.(웃음) ‘화려한 휴가’를 결정하고 나서 마음속으로 ‘난 내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무작정 선택하지 않겠어. 내가 가는 길을 갈 거야!’라고 외쳤어요.”

◇“나만의 필모그래피를 계속 만들어 갈 거예요.”

“그간 저에 대해 많은 말이 나왔어요. 물잔으로 비유하면 너무 많은 것이 쏟아져서 할 말이 없는 ‘빈 물잔’이었지요. 그런데 일일이 반응하지 않고 꼭꼭 숨었더니 다시 물이 꽉 차올랐어요.”

이준기의 눈빛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영화의 흥행이나 드라마의 시청률과 상관없이. 그는 지금의 시간을 ‘배우 이준기’의 성장기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20대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을 향해 끝없이 도전할 계획이다.

“거듭 말하지만 아마 ‘왕의 남자’가 그토록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러한 생각조차 못 했을지도 몰라요. MBC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죽을 힘을 다해서 촬영했고. 영화 ‘화려한 휴가’는 1980년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줬고. ‘첫눈’도 개봉이 늦어진 감이 있지만 덕분에 여유를 갖게 됐지요. SBS 사극 ‘일지매’ 출연을 결정한 것은 일지매가 민중의 영웅이잖아요. 사극의 매력이 아니라. 20대 안에서 제가 해낼 수 있는. 매력 있는 작품을 선택한 것이죠. 더욱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아자!아자!”
by 이소 | 2008/07/12 03:06 | 이준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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